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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덴의 용 - 인간 지성의 기원을 찾아서, 사이언스 클래식 6  칼 세이건 지음, 임지원 옮김
우리는 어떻게 해서 우리 자신과 우주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소유하게 되었을까? , 영화 의 원작소설의 지은이인 칼 세이건이 뇌의 신비를 탐구했다. 우주의 탄생에서부터 시작하여 우리 인간 지성의 기원을 추적하여 뇌과학의 시대를 연 역작이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현대의 과학 고전.

먼저 에덴의 용이라는 책의 제목은 너무나 신화적(혹은 종교적)인 느낌이 많이 들거니와
그 때문에 이 책의 진정한 주제를 알아차리기에는 까다롭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책을 읽다보면 왜 이를 차용했는지는 드러난다.)
부제인 '인간 지성의 기원을 찾아서'가 없었다면 이 책이 지성,
즉 두뇌를 주제로 한 것이었다는 걸 파악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물론 칼 세이건이라는 위대한 과학자의 저작물인데다가 퓰리처상까지 받은 책이기에
이정도 배경지식조차 없이 책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말이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느끼는 감상은 참 명쾌하고도 술술 읽힌다는 것이다.
뇌과학이라 하면 꽤 까다로운 분야에 속하는 데다가 아직 발전의 여지가 많은 분야인데
기존의 여러 과학적 사실들과 앞으로 뇌과학이 가야할 방향에 대해
30년전에 이러한 글을 썼다는 사실이 칼 세이건의 위대함을 알려주는 것이 아닌가 하다.

물론 내 자신이 뇌과학분야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이 별로 없는지라
현재의 최신 이론이 어떨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만으로도 충분히 사람의 뇌와 지성 그리고 진화에 관해 깊이 있는 이해를 할 수 있다.
(그리고 옮긴이의 글을 보면 이 책은 현대 뇌과학의 본류에서도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책에서 가장 내 마음을 끈 것은 마지막 두 챕터이다.
(물론 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앞의 챕터 내용은 필수적이긴 하다.)
8장 '미래의 뇌'와 9장 '지식은 우리의 운명' 은 정말 이 책의 백미라고 볼 수 있다.
뇌에 대한 탐구로부터 시작된 여행이 우리의 문화와 사회현상의 주제로 넘어가서
어떤 식으로 서로 연결이 되어 있는지, 그리고 진정한 인간성이란 무엇을 토대로 해야 하는지,
마지막으로 미래의 우리의 뇌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은
과학 서적에서도 감동을 느낄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속에서 현대 사회의 문제점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데
그것은 뇌의 신피질 영역이 주로 담당하는 인간 특유의 인지적 능력을 발달시켜야 하고,
(파충류와 포유류의 뇌에 해당하는 R-복합체와 변연계가 아닌)
그러기 위해서는 변화에 적응하며 지적 발달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용한 과거의 원칙들은 격동하는 오늘의 세계에 부적절하다." 라는 에이브러햄 링컨의 말은
이러한 진실을 잘 표현해 준다. 그런데 사회의 구조를 개혁하고자 하는 시도는
현상 유지로 득을 보는 집단의 거센 저항에 부딪히게 된다. 사회 변화가 큰 폭으로 일어날 경우,
기존 계층에서 높은 위치를 차지한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몇 계단 내려오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러한 상황을 바라지 않기 때문에 변화에 저항하는 것이다.
- p. 233 ~ p. 235

지난 수세기 동안의 급격한 사회적 기술적 변화의 결과로 이 세상은 그다지 잘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정적인 전통적 사회에서 살고 있지 않다.
그러나 각국 정부들은 변화를 거부하며 마치 정적인 사회에 사는 듯 행동하고 있다.
우리 인류가 자신을 완전히 파멸로 몰아넣지 않는다면,
우리 자신의 파충류적 포유류적 부분을 모두 무시해 버리지 않으면서
동시에 우리 본질 가운데 전형적으로 인간적인 부분을 꽃피울 수 있는 사회,
순응보다는 다양성을 장려하는 사회,
다양한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실험에 기꺼이 자원을 투자하는 사회,
장기적 이익을 위해 단기적 이익을 희생할 줄 아는 사회,
새로운 사상을 미래로 통하는 엄청나게 가치 있는 경로로 여기고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다루는 사회에
인류의 미래가 있을 것이다.
- p. 237 ~ p. 238

'인간 등정의 발자취'의 마지막 장에서 브로노프스키는 "갑자기 나 자신이 기력을 잃어버리고
지식으로부터 점점 물러나는 서양 사회에 둘러싸여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슬픔에 잠기게 된다고 말한다.
그의 슬픔은 아마도 부분적으로 우리의 삶과 문명을 형성해 온 과학과 기술을
일반 대중이나 정치가들이 제대로 이해하지도, 인정하지도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한편 지엽적이고 주변적인 사이비 과학, 의사 과학, 신비주의, 마술 등이 점점 인기를 얻어가는 추세에 대한 개탄일 것이다.
오늘날 서양 사회에서는 모호하고 일화적이며 많은 경우에 명백하게 그르다고 입증될 만한 원리들에 대한 관심이 부활하고 있다.
... 중략 ...
그러나 이러한 주장들이 널리 받아들여지는 것은, 지적 엄밀함이 부족하고 회의주의가 결여되어 있으며
실험이 욕망으로 대치되어 있는 현실을 나타내는 것이다.
... 중략 ...
"인간의 문명은 과학의 문명이다. 그것은 지식과 지식의 보전이 우리 문명의 존재 기반이라는 말이다.
과학은 단지 지식을 의미하는 라틴어일 뿐이다.
지식은 우리의 운명이다."
- p. 291 ~ p. 293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리처드 도킨스의 눈먼 시계공을 보면, 유전자의 등장 이전에 유전자의 역할을 하던 무기 물질이 있었고,
그의 부산물로 태어난 DNA 혹은 RNA로 인해 유전자가 등장하면서
기존의 무기 물질로 이루어진 복제자는 사라졌다는 가설을 소개하고 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현재의 유전자가 복제자로서의 최종 위치가 아닐 수도 있게 되는데
현재 인간의 경우 유전으로부터 얻게 되는 정보의 양보다 외부에 존재하는 정보(문화나 각종 지식 등)가
인간의 생활에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을 보면,
인간은 유전자를 나르는 기계(리처드 도킨스의 저작물에 등장하는 구절이다)에서
외부의 정보를 생산 발전시키는 존재로 나아가게 되고,
결국 인간 외부에 저장된 지식, 정보 자체가 복제자로 등장하여
그것들을 발전시키기 위한 도구로서 인간이 존재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란 섬뜩한 생각을 가지게도 한다.

물론 이러한 생각은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기동대나
매트릭스(공각기동대의 영향을 받은 영화다)의 세계관에서도 나타나는 것을 보면 전혀 쌩뚱맞은 것은 아니란 것이다.
물론 지금상황에서야 이런 생각들이 섬찟해 보이겠지만
정말 이렇게 진화가 이루어졌을지 모를 미래 사회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러울지도 모르겠다.
과연 인류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이지가 참 궁금해지면서도,
아직은 저기까지 생각하기 이전에 해결해야할 과제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에
역설적이게도 다행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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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용감한티카 2009/01/06 17:42 수정 | 삭제 | 댓글

    포스팅을 보면서 느끼는 거지만... 엄청난 독서광이신가봐요?
    저도 새해에는 독서량을 늘리려 하고는 있지만...
    아직 가벼운 에세이집 정도밖에는... ㅠㅠ;

    • 정기 2009/01/06 17:55 수정 | 삭제

      훈련소를 나온 이후부터 이상하게 책을 읽고 싶더라구요.
      또 한번 읽는걸 시작하니까 재미가 붙어서 계속 읽게 되다보니 요새 좀 자주 읽고 있네요 ^^; 추운 날씨도 한 몫했고 말이죠..
      개인적으로는 앞으로도 적어도 1~2주에 한권씩은 읽어야겠다라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ㅎㅎ

  2. 리쥬 2009/01/06 23:50 수정 | 삭제 | 댓글

    오오오 부러워요 ㅠㅠㅠㅠㅠ 저도 책을 읽고 싶은데 흐음;; 사실 읽을 수 있는데 막 스도쿠 풀다보면 시간이 가버렸어요 -_-(그걸 지금 변명이라고 하고 있다니;;;; 헉)
    지금 어렸을 때부터 읽고 싶었던 neverending story를 다 읽어야 하는데 힘을 내서 확 읽어야겠어요 ㅎㅎㅎ

    • 정기 2009/01/06 23:57 수정 | 삭제

      ㅋㅋㅋ 그렇군요 ^^ 리쥬님은 요새 바쁘시니까;; ㅎㅎ
      네버엔딩 스토리라.. TV에서 영화로 몇번 본것같은데 원작이 있었군요;;
      뭔가 재밌었다는 생각은 나는데 딱히 기억이 없어서 아쉽네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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